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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가 흔히 겪는 실패

by mission-insight 2025. 7. 11.

처음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저는 매일이 여행 같을 줄 알았습니다. 서울의 회색 빌딩을 벗어나 노트북 하나로 일하며 바다가 보이는 도시를 옮겨 다니는 삶은 분명히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현실은 생각보다 거칠었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바닥난 예산, 비자 문제로 인한 불안한 체류, 생각보다 심각했던 고립감은 내 일상에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특히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은 그동안 겪어온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디지털노마드라는 삶이 왜 실패로 이어지기 쉬운지를 솔직하게 풀어낸 기록입니다. 처음 이 길을 꿈꾸는 누군가가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남깁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흔히 겪는 실패

수입 구조의 불안정성은 가장 먼저 현실을 직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몇 달은 예금 통장을 보며 안심했습니다.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번역 일감과 콘텐츠 제작 의뢰도 꾸준히 있었기에 별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외국 생활이라는 건 생각보다 비용이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첫 달엔 환율이 올라 숙소 예약 금액이 늘었고, 두 번째 달엔 현지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서 의료비가 예상보다 크게 들었습니다.

 

가장 뼈아팠던 건, 클라이언트 한 명이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한 사건입니다. 수입의 70%를 그쪽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막막해졌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수입 구조를 한 군데에 집중시켰던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최소 세 곳 이상의 소득원을 확보하려 노력했습니다. 하나가 끊겨도 다른 파이프라인에서 수입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글쓰기, 디지털 제품 판매, 리모트 계약직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습니다. 디지털노마드에게 수입은 ‘일’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첫 번째 실패였습니다.

비자 규정에 대한 무지가 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베트남 다낭에서 두 달 정도 체류하던 중이었습니다. 나름 현지 적응도 잘했고, 숙소 주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아무 문제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출국일 하루 전, 우연히 커뮤니티에서 ‘비자 갱신 조건 변경’ 글을 읽고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관광 비자는 연장이 안 되는 조건이었고, 체류 기간을 하루라도 넘기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결국 황급히 출국 날짜를 앞당기고, 공항에서 벌금을 낸 후에야 출국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디지털노마드들은 “그냥 비자런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나라별로 규정이 자주 바뀌고, 특히 원격 근무 자체가 불법인 국가도 존재합니다.

 

이후 저는 국가를 옮기기 전마다 대사관 사이트를 반드시 확인하고, 현지 노마드 커뮤니티에서 비자 관련 최신 정보를 챙기고 있습니다. 작은 정보 하나가 여행 전체를 좌우합니다. 두 번째 실패는, 바로 ‘모른다는 것 자체가 위험’이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외로움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는 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해외로 나갈 땐 외로움은 걱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립감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스며들었습니다. 낮엔 일에 몰두하고 밤엔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익숙한 언어가 들리지 않는 거리, 낯선 음식, 말이 통하지 않는 이웃은 점점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생일이었습니다. 그날 아무도 저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저도 누구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침대에 누워,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혼자 케이크를 먹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저는 혼자 있는 시간 못지않게, 누군가와 연결되는 시간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같은 도시를 여행하는 노마드를 찾는 앱을 활용하고, 커피 한 잔을 매개로 관계를 넓혀나갔습니다. 디지털노마드는 고립을 극복하지 못하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그걸 몸으로 느낀 세 번째 실패였습니다.

건강 문제는 준비 없이 맞이하면 무력해집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살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장염 증세가 심해져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보험은 없었고, 외국인 전용 병원은 비용이 꽤나 높았습니다. 카드 결제를 하며 불안해졌습니다. 이 생활이 한 달이 아니라 1년, 2년이 되면 나는 어떤 의료 상황에 놓이게 될까?

 

많은 디지털노마드들이 건강 문제를 과소평가합니다. 젊고 활동적이라는 이유로, 보험 없이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지 병원 시스템, 언어 장벽, 의료 수준에 대한 정보가 없을 경우, 위급 상황에서 정말 막막합니다.

 

저는 이후 SafetyWing과 같은 글로벌 보험 상품을 비교 분석하고, 저에게 맞는 플랜을 가입했습니다. 또한 건강관리에 더 신경 쓰기 시작했고, 어디를 가든 응급 상황 연락처와 병원 위치는 메모해 두었습니다. 네 번째 실패는, ‘몸이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춘다’는 현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직무 자체가 노마드화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노마드는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 콘텐츠 기획 일을 하면서, 팀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시차와 인터넷 품질로 인해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업무 성격 자체가 ‘즉각적인 협업’을 요구하는데, 저는 정반대의 환경에 있었습니다.

 

몇 번의 프로젝트에서 일정이 밀리고, 팀원과 오해가 쌓이면서 결국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노력 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모든 직무가 디지털노마드에 적합한 건 아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시차 영향이 적고 독립적인 작업이 가능한 업무 위주로 직무를 바꾸었습니다. 예: SEO 컨설팅, 블로그 운영, 디지털 제품 판매 등. 이 다섯 번째 실패는, ‘노마드 생활은 삶의 방식이자 일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 실패들은 모두 저를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저는 ‘생존하는 노마드’에서 ‘지속 가능한 노마드’로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삶은 멋지고 가치 있지만, 그만큼 준비가 필요합니다. 미리 실패를 겪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하나의 예방 주사일 수 있습니다.

 

노마드 생활은 혼자서 만드는 여행이지만, 절대로 혼자서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실패는, 준비의 일부입니다.